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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고의 SF 시리즈를 만나다, 아이디어회관 SF 세계명작 시리즈

좀비선비 2010. 9. 2. 15:26

 

 

'한국 최초의 소년소녀를 위한 SF 시리즈' 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1970년대 발간된 아이디어회관 SF 시리즈를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당신은 SF 매니아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 옛날 공상과학이라는 낯설은 장르에 눈이 번쩍이던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클로버 문고> 이상으로 인기가 있었던 시리즈였고 당시에 미개척 분야였던 SF소설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전 60권으로 구성이 되었으며 명작이 아닌 작품이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리즈였다. 추리소설과 SF소설에 부쩍 관심이 많았던 탓에 알고 지내던 매니아를 통해 책 한권을 선물로 받았던 적이 있다. 낡고 지저분한 책이었는데 유독 책 표지에 눈이 갔다. 빨간색 바탕에 '지저탐험' 이라는 제목과 함께 'SF'라는 로고가 크게 새겨진 디자인 이었는데 평소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했던 성격이라 눈이 갔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밑으로 특색있는 인물들의 캐리커쳐가 매우 돋보였다. 이미 작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고전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다시 읽어 내려갔는데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입에 짝짝 달라 붙었다. 나는 책을 읽을때 입을 작게 벌리고 읽는 버릇이 있다. 번역도 보기보다 매끄러웠다.

 

너무 탐이 나는 책이었다. 그때부터 이 시리즈를 구하기 위해 부단히도 움직였다. 미친듯이 뒤지고 또 뒤지고. 단 몇권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흥분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생각해 봐라.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겠다는 소장자가 있었는데 단 몇권이라도 보물을 쥐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있는지. 정말로 꿈엔들 잊으리오이다. 어차피 전 60권을 전부 모아야 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직지 프로젝트라는 대단한 복원작업을 간행한 사람들도 49권 밖에 모으지 못해 완벽한 끝을 이루지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미친 짓을 하는 나는 과연 어떨까?

 

그래도 미친놈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이 바닥도 집요한 놈이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이어갔으니 말이다. 단 6권을 남기고 총 54권을 모았다. 직지 프로젝트의 복원작업보다 5권을 더 모은 셈이다. 더구나 내가 모은 시리즈는 10권씩 모아서 담을 수 있는 케이스까지 존재한다. 보통 낱권으로 모으기 때문에 케이스를 보기도 힘들며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데 멀쩡한 케이스까지 있는 것으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바로 이 모습이다. 케이스 안에는 SF 명작 10작품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아쉽게도 케이스는 4개 뿐이다. 그래도 최고의 로또를 맞은 셈이다. 몇십년이 지났지만 책들의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읽기에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오래된 전집 같은 경우는 커버나 케이스의 유무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심하게 차이 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책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지만 크게 나쁘다고만은 볼 수도 없다. 구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있어야 할 물건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든지 그것은 마찬가지일 터. 매복이라는 말이 있는데 보통 필요한 책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누구보다 끈기있는 자세로 항시 모니터링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일전에 말한 바 있지만 어느 하나에 미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적당히 미치는 자세가 필요한 법이다. 왜? 나는 아직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친듯이 모으면 모해? 돈 없으면 그대로 내다 팔아야 하는데.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아이디어회관 SF 세계명작 시리즈>는 일본의 <SF 어린이 도서관>을 표절한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명작전집은 일본의 전집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 많다. 굳이 그 점을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참고로 알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일본의 <SF 어린이 도서관>은 1967년 발행한 <SF 세계의 명작>의 신장판이라고 한다. SF 소설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도서시장이 더욱 활발해 지면 분명 우리만의 독특하고 흥미있는 전집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때되면 또 지르게 생겼군.

 

 

 

아직도 갈길이 멀다. 단 6권 남았지만 몇달이 또는 몇년이 걸릴지. 그래도 다른 누구보다는 가까운 게 사실이다. 책은 있다가도 없는 것. 없다가도 있는 것. 이렇게 책을 알리는 이유는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책을 모으는 과정에서 끝나지 않고 책을 읽는 여유도 있었으면 해서다. 책이란 읽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읽지 않는 책은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죽은 지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게 세상은 간단하지 않다. 당장 집안에 먼지가 수북한 책이 있다면 어서 읽어보도록 해라. 진정한 보물의 가치는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아이디어회관 SF 세계명작 시리즈>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01 27세기 발명왕         21 우주대작전               41 걷는 식물 트리피드
  02 도망친 로봇             22 타임머시인               42 암흑성운
  03 합성인간                 23 강철도시                  43 우주전쟁
  04 심해의 우주괴물       24 안드로메다 성운        44 제7의 태양
  05 이상한 존                25 불사판매 주식회사     45 우주물체 X
  06 공룡의 세계             26 양서인간                  46 투명인간
  07 로봇머시인X            27 비이글호의 모험        47 제4혹성의 반란
  08 백설의 공포             28 우주 스테이션           48 해저2만리
  09 화성의 존 카아트      29 해저의 고대제국        49 우주괴인 자이로박사
  10 우주소년 케무로       30 지구의 마지막 날       50 인공두뇌
  11 지저탐험                 31 살아있는 화성인        51 우주함대의 최후
  12 합성 뇌의 반란         32 혹성에서 온 소년       52 마의 별 카리스토
  13 별을 쫓는 사람들      33 아아더왕을 만난 사람 53 황혼의 타임머시인
  14 추락한 달                34 해저 지진 도시          54 텔레파디의 비밀
  15 시간초특급              35 은하계 방위군           55 지문의 비밀
  16 초인부대                 36 저주받은 도시           56 관제탑을 폭파하라
  17 싸우는 미래인          37 로봇 스파이 전쟁       57 악마박사
  18 해저정찰대              38 4차원 세계의 비밀     58 4차원의 전쟁
  19 스카이라아크호        39 동위원소 인간           59 화성호는 어디에
  20 태양계요새              40 280세기의 세계        60 북극성의 증언

  

 

 

 

충분히 흥미있고 읽을만한 요소들이 많은 시리즈 <아이디어회관 SF 세계명작 시리즈>는 별도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각각의 작품을 다시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진정한 보물은 읽어야 비로소 그 진리를 알 수 있다는 말,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출처 : 아이디어회관
글쓴이 : 아이디어회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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