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장비

톤랩 LE vs SE

좀비선비 2009. 1. 10. 15:57
- 더블 익스프레션 페달이 있어서 별도로 익스프레션 페달을 추가하지 않아도 직관적인 페달 세팅이 가능하다.
- 스위치를 발로 눌러야 하는 플로어 이펙터의 특성상, 플라스틱으로 구현된 페달보다 내구성과 토글 터치가 우수한 다이캐스팅 풋스위치
- 파워앰프 시뮬레이션부의 VR GAIN에 채택된 12ax7 진공관


1. 외관
처음 톤랩이 배달되어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박스의 크기였다.
이건 뭐 멀티가 아니라, 가야금이라도 한 대 주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미안하다. 물론 뻥이란거 다들 아실거다).
최장축 710mm의 울트라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톤랩의 덩치는, 예전에 접한 POD의 익스프레션 페달인 FB보다 더 컸을 뿐 아니라 무게는 훨씬 더 나가는 물건이다. 자가용을 갖고 있지 않고, 장비를 자주 들고 다녀야 하며,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한번쯤 다시 생각을 해 보아야 할 정도로 무겁다.

하지만 딴 건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장비는 뽀다구가 나야 된다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탱크같은 외관의 톤랩이 마음에 들 수도 있겠다. 이건 뭐, 휙 던져 버려도 무사할것만 같은 외관에 두 개의 익스프레션 페달도 Dunlop社의 와우 페달 제품군같은 디자인으로 무척 튼튼하게 생겼다. 그리고 더블 익스프레션 페달 옆에는 톤랩의 트레이드마크인 12ax7 진공관이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진공관은 진동에 약하니 튼튼해 보인다고 함부로 던지지 말자!!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공관이 타고있어요 :(

처음 제품을 구입한 상자 안에는 그 본체만큼이나 무식(-_-)하게 생긴 어댑터와, 번들 소프트케이스가 함께 들어있다. 소프트케이스는 내부의 패딩이 그리 우수하지 못하며, 전체적인 크기에 비해 납작하다는 인상이 드는 본체와 달리 톤랩을 웬지 하나 더 넣어도 들어갈 것만 같은 넓은 유격이 있다. 거기다 톤랩 자체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소프트케이스에 톤랩을 넣고 스트랩을 어깨에 걸어맨 채로 몇 걸음 걸어보면 스트랩이 약간 휘청이며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기에, 장거리 이동시의 안정성에 의문이 든다. 어차피 어깨에 매고 장거리 이동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녀석임에는 분명하지만, 웬지 있으나마나한 느낌이 드는 소프트케이스는 다소 아쉽다 하겠다.

톤랩의 후면부에는 여느 멀티가 다들 그러하듯이, 전원 단자와 standby 스위치, 1개의 input 단자와 ext fx loop 단자, 스테레오 아웃 단자(R/MONO와 L로 구성), 레벨 노브와 헤드폰 아웃 단자, MIDI IN/OUT 단자가 자리잡고 있다. 스튜디오보다는 스테이지에 컨셉이 맞추어 있는 탓인지, 밸런스 아웃(속칭 캐논) 단자는 없다. 따라서 레코딩에서는 약간 약한 면모를 보일 수 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다를 것도, 별다를 수도 없는 후면 단자 배열

2. 조작
근래 출시되는 멀티는 조그 셔틀이나 버튼 토글식 조작을 배제하고 노브 위주의 톤 메이킹을 지향하고 있다. 톤랩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브의 조작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세팅이 가능하다.
노브의 촉감은 상당히 우수한 편인데, 너무 헐겁지도 빠듯하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은 톤을 세팅하는 내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이펙트의 종류를 선택하는 셀렉터 노브는 저마다 조금 다른 조작감을 갖고 있는데, 자세히 말하자면 표현 종류가 다양한 셀렉터일수록 가벼운 터치감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16가지의 프리앰프를 모델링하는 AMP 실렉터가 11가지의 캐비닛 실렉터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로터리 실렉터의 내부 구조를 고려해 보았을 때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세팅할 이펙트 모듈을 선택하고 나면 전면 가운데에 위치한 여섯 개의 파라미터 노브로 상세 세팅을 할 수가 있는데, 이펙트 모듈을 선택할 때 이미 추천되는 값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해당 이펙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거나 특정 파라메터를 조절해주어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대로 써도 무난하다.

하지만 어차피 디지털로 동작하는 멀티에서, 아날로그 느낌의 노브를 제공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 아날로그가 되지 않음은 당연지사. 파라미터 노브를 이동시킬 때 급작스럽게 변해버리는 파라미터를 보고 있자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예컨대, 현재 앰프 모델의 Bass가 7.0으로 셋팅되어 있는데, 약간 booming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Bass의 양을 1.0 가량만 줄여주려고 한다 치자. 이때 AMP의 bass에 해당하는 노브가 0.0을 가리키고 있다면, bass 노브를 만지는 순간 베이스가 확 줄어들어버린다. 기존 설정값을 근거로 파라미터를 가감하려 할 때는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물론 LED 스크린 우측에 위치한 조그마한 버튼을 이용해 이전 설정 값을 읽어낼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예전 GT-3에서나 보아왔던 조작법이랑 다를 것이 없잖아!!
결국에는 특별히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 처음 설정 값에서 크게 변화를 주지 않는데, 게으름이 완전 사람을 망치는 듯하다. (아놔...)

풋스위치의 터치감은 예상했던대로 발군이다. 물론, 여타 플로어 멀티가 제공하는 미디 페달 형태의 풋스위치의 딸깍거리는 느낌과는 좋다 나쁘다의 비교가 불가능하긴 하지만... (이건 마치 수퍼맨과 배트맨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문제와 마찬가지 논점이다)

마지막으로 다용도 익스프레션 페달 역시 유격이 굉장히 부드러워 와우 플레이 등에서 여타 플로어 멀티에 비해 산뜻한 연주감을 제공하며, 아날로그 와우 페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달 on/off 스위치가 각각 달려있다. 페달의 파라미터가 max인 상태에서 살짝 힘을 주어 페달의 윗 부분을 누르면 페달이 켜지고 꺼진다. 와우 이펙트의 경우 톤 자체를 엄청나게 변화시켜버리는 이펙트인 바, 연주 중간에 와우 on/off를 토글하고자 할 시에 익스프레션 페달 옆의 컨트롤 스위치를 이용해야 했던 대부분의 멀티에 비해 확실한 장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톤랩에서 채용된 여느 부품에 비해 페달 on/off 토글 스위치는 다소 부실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또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체중을 실어야 토글이 되기 때문에 실제 연주시에 토글이 되지 않아 당황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3. 사운드
뽀대나고 튼튼해 보이는 외관도, 조작감도 중요하지만 역시 멀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운드가 아닐까?
특히나 파워부에 진공관을 채택한데다, 영국의 유명 앰프 메이커인 Vox의 제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톤랩은 어느정도 사운드에 대해 어느정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선 톤랩을 구동시키면 약 10초 정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이는 진공관이 예열되어야 파워부가 제대로 작동을 하기 때문이다. 여유를 갖고 약 30초에서 1분 정도 진공관을 예열한 뒤에 프리셋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다소 저음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다소 강한 것이 아니라 좀 심하게 강하다.
디지털 멀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종적으로 라인이나 앰프를 통해 전달되는 음압은 상당히 위력적이지만, 클린 톤으로부터 하이-게인톤까지 죄다 부스트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저음은 때론 약간 골치거리이다. 믹서나 앰프 자체에서 저음을 약간 깎아야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또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꼽자면, 강력한(!!) 화이트 노이즈!! 절대 앰프 앞에서 기타를 들고 피크를 줍지 말라... 만약 경고를 무시했다간 엄청난 피드백 노이즈 때문에 귀청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을것이다. 노이즈게이트는 여타 멀티에 비해 확실히 자연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원천적인 화이트 노이즈를 해소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두 대의 기타가 모두 험-험 배선 구조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노이즈게이트를 끄면 무시못할 정도의 노이즈를 뿜어대니 각 장비의 실드 처리나 전자파 차단 등의 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멀티보다 아날로그에 가까운 사운드를 얻기 위한 과정이려니 하고 감수하자.

본격적으로, 각 모듈별로 사운드를 비교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PEDAL - 디스토션, 오버드라이브, 퍼즈, 트레블 부스터, 와우, 컴프레서와 같은 프리-게인류의 대표적인 페달들은 물론, 링 모듈레이터, 옥타브, 유니바이브, 어쿠스틱 시뮬레이터 등 일부 모듈레이션 계열의 이펙터도 내장되어 있다. 톤랩이 여타 멀티 이펙터에 비해 이펙트 체인 기능이 미비하기 때문에 몇몇 모듈레이션을 페달부에 옮긴 것이 아닐까 한다.
문제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PEDAL부에 속한 이펙트를 단 하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특히 컴프레서/드라이브/와우는 둘 이상을 함께 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를 한 모듈에 뭉뚱그려 집어넣은 점은 아무래도 불만이다. 예컨대 본인은 약한 프리앰프 게인에 트레블 부스트를 첨가한 쫀득한 톤을 선호하는 편인데, 만약 여기서 와우나 컴프레서를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트레블 부스트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드라이브 계열은 역시나 과도한 BASS 때문에 저음이 다소 뭉개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것저것 바꾸어 가며 사용을 해 보았지만 결국엔 TREBLE BOOST나 TUBE OD쪽으로 귀착되는듯하다. BOSS의 사생아인 MT-2 Metal Zone과 같은 페달은 없다. 만약 현대적인 디스토션 사운드를 원한다면 추후 국내에 수입될 ToneLab LE를 고려해 보길 바란다(자세한 것은 http://www.voxamps.co.uk를 참조). FUZZ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Fuzz와는 사뭇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는데, BOSS의 Turbo OverDrive 페달을 과도하게 먹인 쪽에 가까운 음색을 낸다.

컴프레서는 본인이 예전에 사용했던 BOSS사의 컴프레서보다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컴프레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편이다. sustain을 높이 주더라도 서스틴 끝자락이 크게 지저분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어택감을 강조한 펑키한 리듬을 만들어 주는데는 다소 역부족인듯하다.
와우 페달은 와우의 원조인 Vox사답게 아주 맛깔스럽다. 혹자는 톤랩에 내장된 와우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기도 하던데, 페달의 min/max 백분율 수치도 조절 가능하고, 무엇보다 프리앰프 앞에 와우를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뒤에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사용상에 큰 무리가 없는듯하다. 톤랩이 제공하는 풋페달의 터치감이 발군이기 때문에, 와우 플레이를 하면서 느껴지는 펑키함이 사운드 뿐 아니라 온 몸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아 즐겁다.
기타 모듈레이션은 다른 멀티와 비교해 보았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듯하다. 모듈레이션 계통에서 아무래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어쿠스틱 시뮬레이터인데, 험버커 기타에서는 아무래도 너무 fat한 느낌이 들어서 그닥 만족스럽진 않고, 그나마 하프톤에서 가장 그럴듯한 시뮬레이션이 되는듯하다.

AMP & CABINET - 총 16개의 앰프 모델링이 제공되며, 각자의 개성이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사운드 메이킹이 가능하다. 이 중 US HIGHGAIN(솔다노)이나 RECTO(렉티파이어)의 경우는 속칭 빡센 하이게인을 보여주는데, 여타 멀티에 비해 원래 모델이 된 프리앰프랑은 다소 음색의 차이가 있는 편이라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클린톤이나 크런치 톤은 그 어떤 멀티보다 자연스러운 톤을 선사한다. 기존의 멀티는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 기타의 개성을 죽이는 측면이 있었지만 톤랩의 경우는 어떤 기타를 꽂아도 해당 기타만이 갖는 개성이 나름대로 잘 반영된다는 면에서 큰 점수를 주고싶다.
캐비넷 모델은 총 11가지가 제공되는데, 불행히도 본인은 하루에 오이 세 개만 먹는 가난한 딴따라라서 여러 종류의 캐비넷을 체험할 기회가 없었던지라 실제 모델과 얼마나 근접한지 비교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스피커의 구경은 몇 인치인지, 한 스택에 박힌 스피커가 1개인지 2개인지 아니면 4개인지에 따른 상식적인(?) 톤 변화에는 나름 충실한듯싶다. 저음이 뭉개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본인은 아무래도 8인치나 10인치 스피커 모델에 더 손이 가는 편이지만, 캐비넷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톤의 variance는 프리앰프 모델을 바꾸어서 얻을 수 있는 톤의 변화에 못지 않으므로, 사용자들은 앰프와 캐비넷의 조합에 따른 즐거운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이즈게이트는 앰프 옆의 버튼을 토글하여 끄거나 켤 수 있는데,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비교적 자연스러운 노이즈 감소를 보여준다. 대신 그만큼 노이즈에 대한 대책이 서지 않는다는 점은 감수를 하시고... 노이즈게이트의 패러미터를 극단적으로 잡아주면 서스테인이 짧아질뿐더러 굉장히 불안정해지므로 권하고싶지 않다. 우선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는 최적의 공간을 확보한 다음, 듣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화이트노이즈를 남겨두는 식으로 셋팅을 하는 편이 좋겠다.

MODULATION, DELAY & REVERB - 코러스를 필두로 한 모듈레이션 계열은 솔직히 내가 막귀라 그런지 양질과 저질의 사운드 분간을 잘 못하겠다. 코러스는 굉장히 빈티지하고 자연스러운 편이며, 페이져 역시 걸었을 때 지나치게 디지털화되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다. 피치시프터는 예전에 사용했던 BOSS-GT3에 비해 좀더 딜레이가 줄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반면 스케일을 적용한 하모나이저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페달을 이용해 조작하는 토크박스는 나름 재미있는 효과를 내 주기는 하지만, 역시 화이버 튜브를 이용한 토크박스에 비해서는 모자란 감이 있다.
딜레이나 리버브는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 설정값에서는 패러미터가 약하게 셋팅되어있는듯하다. 빈티지한 느낌부터 현대적인 모델까지 매우 다양한 공간계 효과를 지원하는데, 기존의 멀티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던 '목욕탕스런 사운드'는 발생하지 않는듯하다.
공간계 관련 패러미터를 CONTROL 스위치에 assign할 경우 CONTROL 스위치 옆에 위치한 빨간 색의 LED가 템포를 기준으로 점멸하는데, 간단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공간계 이펙터가 동작하는 템포를 눈으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유용한듯싶다.

4. 총평
대충 살펴본 바를 토대로, 톤랩의 단점부터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중량 - 본체 6.4kg, 번들로 제공되는 소프트케이스에 어댑터와 톤랩까지 꾸렸을 경우 7.5kg를 훌쩍 넘나드는 중량은 톤랩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렉 장비나 앰프, 캐비넷 대신에 음질 면에서 어떤 면으로든 후달릴 수밖에 없는 플로어 타입의 멀티를 선택하는 두 가지 큰 이유가 가격과 휴대성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자가용 없이는 버스 몇 정거장 밖에 있는 연습실까지 가는 것만으로 혀가 쑥 나오게 만드는 톤랩의 중량은 가관이다.
노이즈 - 실드나 그라운드 처리, 외부 전자파의 차단이나 양질의 케이블의 선택과 같이, 근원적으로 노이즈를 제거해 주는 방안이 아닌 기계적인 노이즈 차단은 악기 고유의 톤을 깎아내리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톤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유지하고자 한 흔적이 느껴지는 톤랩에서 화이트노이즈는 어느정도 감수를 해야 하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정용 조명으로 대부분 형광등을 쓰는 한국의 특성상, 여타 멀티를 쓰던 사용자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만한 수준의 노이즈를 보여준다.
다양한 이펙트 조합의 부재 - 원래부터 앰프 한 대에 와우페달 한 대만 들고 다니던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시될 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조합이 가능한 멀티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펙트 체인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큰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EQ 페달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아서 이큐를 통해 다양한 톤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의 연주자라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 그밖에 CONTROL 스위치를 통해 조작할 수 있는 패러미터가 하나의 패치당 하나 뿐이라는 사실도 큰 단점이다.
밸런스 잭(캐논)의 부재 - 어느 한 곳에 모셔도는 랙타입 이펙터가 아닌, 플로어 멀티라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당연한 부분이긴 하지만, 밸런스 아웃의 부재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톤랩은 이러한 단점을 무마할 만한 커다란 장점을 가진 물건인데...
뽀대나는(?) 외관 - 장축 710m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과 튼튼하고 남성적인 외관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전면부에 노출된 진공관은 그 멋을 더한다.
자연스러운 톤 - 다소 저음이 많이 강조되긴 했지만, 거의 컴팩트 이펙터에 수렴하는 각 모듈의 사운드 퀄리티는 발군. 그리고 기타 자체의 개성을 살려준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각 모듈의 조합에 따라 절대 어울리지 않는 궁합도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는 어떤 멀티, 아니 컴펙트 페달을 나열하더라도 있을 수 있는 현상이므로 애교로 봐 주자. 스피커를 통해 최종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의 음압감도 상당하다. 다만 모듈레이션 계열의 경우 본인의 귀로는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더블 익스프레션 페달 - 늘 필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가끔씩 두 개의 익스프레션 페달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톤랩은 기본적으로 익스프레션 페달을 두 개 갖고 있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게다가 익스프레션 페달의 조작감이나 외관 역시 상당히 고급스러워 연주하는 내내 즐거움을 더한다.
양질의 프리셋 - 프리셋의 패러미터가 상당히 자연스러워,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에 빠르게 근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 게다가 각 모듈에서 페달 모델을 변경하더라도, 해당 페달의 패러미터를 크게 조정할 필요성을 느낄 때가 많지 않다. 각각의 페달 모델이 패러미터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조금만 손을 보면 어느정도 원하는 톤을 얻을 수가 있다.
합리적인 가격 - 여타 멀티에 비해 더 중량감있고 자연스러운 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살짝 저렴한 편이다. 특히 풋스위치나 노브의 재원을 볼 때, 결코 허접한 부품을 쓰지 않았음에도 50만원이라는 가격을 맞춘 점은 높이 사야 할 듯(물론, 수입 초기에는 거의 세종대왕님 100장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가격이었다고 하니, 국내 유통 구조에 기인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간 멀티가 가졌던 디지털적인 냄새를 확실히 많이 뺀 흔적이 보이는 장비라고 평가하고싶다. 동시에 조작의 편의성으로 스테이지에서 빠른 톤 메이킹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만일 모던이나 얼터너티브, 혹은 정통적인 하드락이나 브리티시 계열의 음악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톤랩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스레쉬나 코어와 같이 빡센 류의 연주를 주로 한다면 DigiTech의 멀티를, 일본 퓨전 재즈와 같이 매우 정제되고 아기자기한 톤이 필요한 사용자라면 Boss의 GT 시리즈를 더욱 권하고 싶다.
또한 좀 더 휴대성이 높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원하는 유져라면, 얼마 전 출시되어 곧 수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ToneLab LE를 염두에 두도록 하자. LE와 SE의 차이는 대략 다음과 같으며, 이하의 변동 사항으로 미루어 볼 때 톤랩 SE보다는 가격이 다소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1개의 익스프레션 페달. 동시에 중량과 최장축도 많이 줄었다.
- 좀 더 모던한 느낌의 실버 외관과 노브들.
- 빈티지 계열의 페달을 많이 제거하고, 대신 현대적인 느낌의 모델을 다수 추가했음. 특히 Boss MT-2 Metal Zone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METAL DIST 페달이 가장 눈에 띄는데, Sub-EQ를 내장한 페달을 시뮬레이트하므로 좀더 다양한 게인 톤을 얻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 채널 실렉터의 부재.

사용자 삽입 이미지